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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팽두이숙(烹頭耳熟)
2009년 03월 17일 (화) 14:49:37 이대호(작가) daiho35@hanmail.net

   
▲ 이대호(작가)
전 세계를 둘러보아도 우리 나라 사람들만큼 급한 성격을 지닌 민족도 드물다는 이야기를 언젠가 들을 적이 있다.

그 한 예로 사탕 한 알을 입에 넣고 녹여 먹으라고 하면, 다른 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사탕이 다 녹을 때까지 천천히 녹여 먹는 여유를 보이는데 우리 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은 처음엔 어느 정도 녹여 먹는 척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아작아작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깨물어 먹어버린다는 것이다.

 이처럼 급한 행동을 보이는 것은 식사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예로부터 중국이란 나라는 음식을 즐기기로 유명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식사를 하는데 보통 한두 시간이 걸려서 식사를 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한다. 느긋하게 먹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중국에 가서 그들과 같이 식사를 하다 보면 그들은 당장 놀란 눈을 둥그렇게 뜨고 불안해진 표정으로 한 마디씩 물어 온다고 한다. 허겁지겁 급히 밥 한 그릇을 비우는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이 일어난 게 아닌가 하고…….

“아니, 갑자기 무슨 급한 일이라도 벌어졌습니까? 아니면 어디 전쟁이라도 났답니까?”
생각해볼수록 정말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다. 뭐가 그리 급했을까? 정말로 급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다. 오랫동안 그런 습관이 이어져 온 결과가 중국 사람들이 볼 때는 이상하게 여겨진 것이다.

우리 속담에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 매어서는 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백 번 천 번 맞는 말이다. 시장할 때 급히 먹은 밥이 체하듯, 이 세상에 서두른다고 해서 제대로 되는 일은 단 한 가지도 없다.

조급하게 서두른다는 것은 마치 걷지도 못하는 아기에게 급한 마음에 달리기부터 가르치는 일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다.

가령 서둘러서 어떤 일을 마무리 했다 해도 그건 언제나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마친 일이 언제 어디서 다시 커다란 화가 되어 되돌아오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공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평소에 공부룰 꾸준히 하지 않고 시험 날짜가 코앞에 다가와서야 밤을 새워가면서 소위 벼락공부를 하는 것도 그리 좋은 일은 못 된다. 당장 성적은 좋게 나올지 모르지만 그렇게 해서 익힌 공부는 기억에서 얼른 잊혀지기 쉽다는 연구 결과가 그것을 증명해 준다.

급할 때, 우리들은 어쩔 수 없이 속성 사진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 역시 사진이 빨리 나와서 좋긴 하지만, 그 역시 화질이 뚜렷하지 않으며 쉽게 색깔이 바래는 단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오래 전, 문화센터에 한동안 출강을 한 적이 있다. 여의도에 위치한 모 신문사 부설 문화센터였다.

그때 내가 맡은 강의는 어린이들을 상대로 ‘재미있는 문장 쓰기’였다. 강의 첫날이면 으레 어린이들을 따라 엄마들도 같이 강의실로 모여든다.

“우리 아이는 처음엔 일기를 곧잘 쓰다가 나중엔 점점 공책 한 줄도 쓰지 못하니 일기를 좀 길게 쓸 수 있도록 지도해 주세요.”

“우리 아이는 독후감을 전혀 쓸 줄 모르니 어떻게 하면 독후감을 잘 쓸 수 있을까요?”

“우리 아이는 논설문을 전혀 쓸 줄 모르니…….”

더 이상 들어보나 마나다. 강의 첫날이면 엄마들이 슬그머니 다가와 조용히 그런 부탁을 하고 가기가 일쑤이다. 그런데 엄마들의 그런 절실하고 급한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들의 부탁은 하나같이 내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답답하게 만든다.

우리말 사전에 ‘팽두이숙(烹頭’耳熟)‘ 란 말이 있다. 낱말 그대로 속되게 풀이하자면, ‘대가리를 잘 삶으면 귀때기는 저절로 익는다’ 는 뜻이다.

정말 좋은 말이다. 일기를 쓰든, 독후감을 쓰든, 그 어떤 종류의 글이이라 해도 단 한 줄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문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찌 문장력의 기초도 없는 어린이가 일기며 독후감, 그리고 논설문부터 잘 잘 쓸 수가 있겠는가?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문장력부터 익히고 잘 배운 후에 글을 쓰는 것이 기본이며 순서임은 두 말 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문장력을 제대로 익히고 난 후에 그 나머지 독후감이나 일기, 그리고 기행문이나 논설문은 문종에 따른 그 짜임이나 형식애 맞추어 그에 따라 문장을 열거해 나간다면 그 모두가 저절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글을 쓸 때 문장력은 나무로 치자면 든든한 기둥이요, 그 나머지 일기나 독후감 등은 가지가 되는 것이다.

팽두이숙(烹頭耳熟)!

이 말은 비단 글을 쓸 때에만 명심해야 할 낱말이 아니라 생각한다. 급한 마음에 시행착오를 너무나 빈번하게 저지르곤 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그 누구를 막론하고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이 낱말을 한번쯤 머릿속에 떠올려 본 다음에 그 일을 실천해 본다면, 그리고 급히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 일을 실천해 나간다면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나 시행착오, 그리고 후회는 없으리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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