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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칼럼] 로봇 청소기
2008년 10월 01일 (수) 13:35:39 이대호(작가) daiho35@hanmail.net
   
▲ 이대호(작가)
 며칠 전, 자식들 중의 하나가 느닷없이 로봇 청소기 하나를 사가지고  들어왔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좀 넓어서 그런지, 아니면 게으른 성격에 청소하기가 귀찮아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처음부터 썩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난생 처음 보는 로봇 청소기를 본 나는 솔직히 약간의 호기심이 동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편으로는 은근히 못마땅하기도 하였다.

지금까지 오래 전부터 자동과 수동으로 제작된 수많은 가정용 전기용품들을 번갈아 가며  사용해 본 경험에 의하면 아무래도 수동으로 된 기기들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수동으로 제작된 기기들은 우선 사용법이 복잡하지 않아 사용이 편리하며 무엇보다도 견고하여 고장이 날 확률도 적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청소기를 들여오자마자 시운전을 해본 결과 난 너무나 실망스러움에 금방 이맛살이 찌푸려지고 말았다.

청소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시끄러운 소음을 내지르며 돌아다니는 것도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리저리 제멋대로 돌아다니다가 장애물에 걸리기라도 하면 자주 멈추기도 하고, 지저분한 쓰레기를 옆에 두고도 다른 방향으로 제멋대로 돌아다니곤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보기엔 그야말로 등잔 밑을 보지 못하는 두 눈이 먼 멍청한 청소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급한 성격 탓일까.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내 속은 몹시 답답하고 편치 않았다.

그래서 청소기가 움직이기를 멈추거나 먼지가 없는 엉뚱한 곳으로  빙빙 돌 때마다 차라리 내가 방비를 들고 얼른 쓸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서기라도 하면 아이들은 그때마다 그냥 내버려 두면 언젠가는 모두 알아서 깨끗이 치우게 된다며 아무 걱정 말라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늘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유난히 시끄러운 소리를 싫어하는 성격 탓에 그 후, 로봇청소기는 창고에 영영 갇히는 애물단지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전부터 쓰고 있던 청소기를 사용하게 되었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했던가. 로봇청소기보다는 전부터 쓰고 있던 청소하기가 훨씬 더 시원스럽고 익숙하며 편했기 때문이다.

눈부신 기계 문명의 발달로 요즘은 웬만한 일은 거의 대부분 사람 대신 기계가 모두 그 일을 해결해 주고 있는 참 편리한 세상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기계 문명의 발달로 인해 짧은 시간에 대량 생산도 가능해져서 그만큼 일도 빠르고 편리하며 쉬워진 게 사실이다.

우리들이 매일 섭취하고 있는 수많은 종류의 음식들 역시 요즘은 대부분 공장에서 기계의 힘을 빌어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런데 음식은 조리를 할 때, 직접 손을 써서 만들어진 것이라야 비로소 제 맛이 난다고 하였다.

그래 그런지 요즘은 많은 음식점들이 너도 나도 음식을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손’이란 말을 앞을 다투어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손두부’ '손칼국수‘ '손수제비’ ‘손만두’……등이 바로 그것들인 것이다.

정말 그렇다. 두부도 기계로 갈아 만든 것보다는 맷돌로 갈아 만든 맛을 감히 따를 수가 없듯이 고기도 기계로 썬 것보다는 직접 손을 써서 식칼로 썰어 조리한 것이라야 제 맛이 나며, 아무리 좋은 세탁기가 있다 해도 빨래 역시 정성을 다해 손으로 빤 손빨래만 하겠는가.

 어디 그뿐이겠는가. 과학이 발달하여 아무리 밥맛을 좋게 하는 고급 압력밥솥이 나왔다 해도 무쇠 가마솥에 직접 불을 때서 지은 밥맛을 따를 수 없으며, 아무리 성능이 훌륭한 안마기가 나왔다 해도 직접 손끝으로 이곳저곳 정성껏 안마해 주는 것과 비유할 수 있겠는가.
 
과거 4,50년 전, 기계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던 그 당시만 해도 생활용품이나 대부분의 음식들은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후,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눈부신 산업화의 고도성장으로 인해 우리들의 손은 하루아침에 쓸모를 잃은 채, 기계들에게 힘없이 자리를 내주면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 자신이 유난히 고루하며 보수적인 성격을 소유한 탓일까, 아니면 그 옛날의 추억이 그리워서일까.

아무리 기계 문명이 발달하여 문명의 이기를 만끽하는 세상이라고 모두가 좋아서 야단법석들이지만, 난 왠지 가끔은 기계 문명이 발달하지 못했던 미개했던 그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문득 느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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