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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말과 글
2008년 06월 24일 (화) 01:44:32 이대호(작가) daiho35@hanmail.net

   
▲ 이대호(작가)
아주 오래 전,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던 때의 일이다.

적과 밀고 밀리는 피비릿내 나는 치열한 전쟁이 계속되고 있을 때, 그때 마침 적군에게 밀려 후퇴를 하고 있던 미군 병사 한 명이 지치고 지친 나머지 잠시 쉬어가기 위해 땅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있었다.

그리고 무심코 저 앞을 바라보니 그곳엔 금방 총에 맞아 쓰러진 시체 하나가 눈에 띄었다.

‘아, 나도 언젠가는 저런 불쌍한 꼴이 될 수도 있겠구나!’

미군 병사는 그런 생각을 하며 연민의 눈으로 시체를 바라보고 있을 때, 그의 옆으로는 남부여대를 한 피란민들의 행렬이 한도 끝도 없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 옆을 지나가던 피란민 중의 한 사람이 시체를 발견하고는 몹시 불쌍하고 가엾다는 듯, 혀를 차며 혼잣말로 중얼거리게 되었다.

“쯧쯧, 어떤 양반이 불쌍하게 돌아가셨네.”

그 말을 듣게 된 미군 병사는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한국 사람들은 사람이 죽었을 때, ’돌아가셨다‘ 고 하는구나!“

미군 병사는 이런 기회에 한국말을 한 가지라도 배워두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입속으로 ’돌아가셨다‘는 말을 계속 되풀이하며 중얼거리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말을 배우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매우 흥미로운 표정이 되었다.

그런데 그 곳에 다다른 그 다음 피난민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게 아니었다.

“또 한 사람이 죽었군!” 하며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 말을 듣게 된 미군 병사는 죽었다는 것을 한국 사람들은 두 가지로 말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이번엔 ‘돌아가셨다’와 ‘죽었다’를 다시 중얼거리며 반복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또 웬 말이란 말인가.

그 다음 피란민이 오더니 이번엔 ‘작고 하셨군!’, 또 그 다음 사람은 ‘길게 뻗었군!’, 또 그 다음 사람은 ‘뒈졌군!’, ‘숨이 넘어갔군!’, ‘밥숟가락 놓았군!’, ‘천당에 갔군!’, ‘지옥에 갔군!’,……등등

시체를 바라보며 지껄이는 피란민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열이면 열, 제각기 다 다르게 나오는 것이 아닌가.

“아이고, 한국말을 배우기가 이렿게 어려워서야 어디 워언.”

미군 병사는 그만 혀를 내두르며 그 자리에서 한국말 배우기를 포기하고 중얼거리던 말을 포기하게 되었다는 우스운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 한 가지 예만 보더라도 우리의 말과 글의 쓰임이 얼마나 다양하고 풍부하다는 것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선 또 한 가지 ‘노랗다’란 낱말의 활용과 변형을 예로 보더라도 더욱 쉽고 확실하게 이해가 가리라 생각한다.

‘노랗다’, ‘샛노랗다’, ‘노르스름하다’, ‘노르끼리하다’ ‘노르죽죽하다’ 누르틱틱하다‘……등, 얼른 생각이 나지 않아서 그렇지 아마 이 밖에도 더욱 많은 낱말들이 있으리라 본다.

이와 같이 노랑색깔을 나타내는 낱말 하나만 보아도 그 색깔의 정도에 따라 그 표현 방법이 무궁무진하면서도 한도 끝도 없는 것이 우리의 언어이며 그래서 우수한 글로 입증된 것이 바로 한글인 것이다.

오늘날 세계적인 공통어로 인정이 되어 너도 나도 배우기 위해 야단 법석을 떨며 배우고 있는 영어만 해도 ‘죽었다’는 오직 ‘다이’란 낱말 하나로 통용되고 있으며 ‘노랗다’란 말 역시 오직 ‘옐로우’란 단어 하나 뿐, 더 이상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한글이 세계 그 어느 나라의 글자보다도 단연 으뜸이요, 훌륭한 글임은 누구나 익히 알고 있으며, 또한 여러 가지로 우수함이 입증이 된 지 오랜 터이다.

뜻글자가 아닌 소리 글자이기에 누구나 배우기 쉽고 쓰기에도 편한 한글, 특히 위에서 예를 들었듯이 이처럼 언어 표현도 그 어느 나라의 언어나 글자가 감히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다양하고 광범위하니 그런 말과 글을 사용하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이 어찌 자랑스럽지 않을 수 있으며 긍지를 느끼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 글과 말을 사용하고 있는 우리는 복을 받은 민족임에 틀림없다.

영어나 그 밖의 다른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처럼 세계적으로도 단연 뛰어남이 입증된 우리의 말과 글을 소홀히 하는 일만은 없어야 하겠다.

그리고 우리의 말과 글을 더욱 다듬고 아끼며 사랑하는 일에 우리 모두가 힘써야 할 때 우리의 말과 글은
더욱 빛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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