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호(작가)

우리들이 습관처럼 자주 즐겨 쓰는 말들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종류와 수를 헤아릴 수가 없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요즘 흔히 쓰는 ‘죽겠다’란 말의 남용은 그 정도를 넘긴 지 오래인 듯 싶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말끝마다 ‘죽겠다’를 붙여 즐겨 쓰고 있음에 왠지 귀에 거슬리고 마음까지도 편치 않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남달리 몹시 예쁘게 생긴 아기나, 아름다운 꽃을 보았을 때 ‘예뻐 죽겠다’고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신나는 놀이를 했을 때, 그리고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서도 흔히 ‘재미있어 죽겠다’라는 말을 흔히 쓰곤 한다.

이런 경우는 그냥 예쁘다고 말하는 것보다 오히려 훨씬 귀엽고 애교가 넘치는 표현이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은 그게 아니다. 죽겠다는 말을 아무 때나 즐겨 남용하는 것이 습관화 된 것이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조금만 더워도 ‘더워 죽겠다’, ‘추워 죽겠다’, ‘이뻐서 죽겠다’, ‘미워 죽겠다’, ‘좋아 죽겠다’ ‘싫어 죽겠다’, ‘바빠 죽겠다’, ‘한가해 죽겠다’, ‘시원해 죽겠다’, ‘답답해 죽겠다’, ‘귀찮아 죽겠다’, ‘심심해 죽겠다’, ‘힘들어 죽겠다’, ‘속 상해 죽겠다’, ‘눈이 부셔 죽겠다’, ‘졸리워 죽겠다’, ‘시끄러워 죽겠다’……등, 그저 어떤 말끝마다 ‘죽겠다’란 말을 붙여 쓰지 않으면 마치 말이 통하지 않기라고 하듯 언제부터인지 그런 그릇된 표현 습관이 입에 배고 또한 깊숙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예쁘게 생겨서 죽겠고, 밉게 생겨도 죽겠고, 사랑스러워서 죽겠고, 미워서 죽겠다면 결국은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겠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죽을 일이 많은 게 사실이라면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그 말 그대로 실천에 옮기는 현실이 된다면 과연 이 세상에 살아 남을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 것인가!

물론 그런 말들을 너그럽게 해석하고 좋게 생각한다면 시대에 따라 항상 새롭게 유행하는 언어 표현상의 은어나 애교로 넘겨버릴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너무나 정도에 지나친 말이며 문법상으로 보아도 크게 그릇된 표현임이 분명하기에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어쩐지 마음에 거슬리곤 하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그릇된 편견은 아닐는지..........

요즈음은 ‘죽겠다’란 말을 즐겨 쓰기에도 모자랐던지, 또 다시 엉뚱한 용어가 등장하여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널리 쓰이고 있는 말이 있다. ‘죽인다’라는 말이 바로 그것인 것이다.

빼어난 경치를 보고 그 경치를 목격했을 때, 그리고 남달리 뛰어나게 몸매가 날씬하고 예쁜 아가씨를 보았을 때에도 우리는 ‘죽인다’ 또는 ‘죽여 준다’란 말을 자주 쓰고 있다. 기가 막히게 맛이 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나 어떤 일을 뛰어나게 잘 했을 때에도 우리는 ‘죽인다’ 와 ‘죽여 준다’란 말을 흔히 쓰곤 한다.

과연 왜 사람들 모두가 ‘죽겠다’와 ‘죽인다’라는 극단적인 말을 즐겨 쓰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날이 갈수록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 버겁고 힘겨운 오늘날의 현실을 자신도 모르게 넋두리 삼아 그런 말로 답답함을 대신하는 것일는지도 모를 일이다.

무심코 뱉은 한 마디의 말이 씨가 된다는 옛말이 있다. 그래 그런지 요즘 그 말이 실제로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가져 보기도 한다. 확실한 수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루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아홉 명이라는 놀라운 기사를 방송을 통해 들은 적이 있다. 해가 바뀌고 세월이 지날수록, 그리고 세상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어떻게 된 일인지 나라의 경제는 밑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추락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서민들의 살림은 더욱 쪼달리고 있다.

은어도 좋고, 유행어를 즐겨 쓰는 것도 좋으며 영어를 열심히 배우는 것도 좋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우리의 국어를 소홀히 한 채, 오직 영어 교육에만 열을 올리다 못해 앞으로 새 정부에서는 영어가 아닌 일반 교과서도 영어로 가르칠 계획이라고 한다.

혹자는 그런 상황을 지켜 보다 못해 영어 광풍이 불고 있다고 극한 표현을 하기도 한다.

그 나라의 수준을 알아보려면, 우선 그 나라 국민들의 언어 수준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기에 우리 말을 제대로 익히고 바르게 사용하는 것은 물론, 아름답게 순화하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의 임무이며 책임인 것이다. 국어를 제대로 익히지 못한 채 영어 교육에만 열을 올린다는 것은 마치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에게 달리기부터 가르치는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모두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우리의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국어를 올바로 배우고 익혀 바르게 사용하는 일에 힘써야만 하겠다.

또한 이 세상에 사람의 생명처럼 존귀하고 소중한 것은 없다. 그 어떤 힘든 역경과 어려운 상황이 닥친다 해도 결코 단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목숨을 포기하고 헛되이 하는 어리석음만은 이 땅에서 사라져야만 하겠다.